recalibration
2021/2/82020년이 몇 일 안 남은 시점부터 준우가 아프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전시들과 이사를 다 해치우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루틴이 자리 잡을 때까지 너무 혹사하고 달려온 것일까.
이상하게 허리를 붙들고 곤란해 하는 모습.
이 눈빛 처럼 뭔가가 달라보였다. 걱정이 되어서 그날 곧장 병원으로 보냈다. 침을 맞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몇일 째 호전이 되지 않았다. 결국 정밀검사를 받으니 퇴행성 허리 디스크 판정.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는 50대들에게 많이 나온다는 증상이라고 한다. 준우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몸을 많이 써 버렸나보다.
누구보다 건강한 몸으로 범상치 않은 회복력을 보여왔었는데 이번 통증은 새해가 되어도 가시지 않는다.
회사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친구라 그런지회사도 함께 잠잠해지고 침착하게 변해갔다.
한번 잠시 쉼표를 찍고 점검해 보기로 했다. 균형이 무너진 것은 아닌지. 정신적으로 지쳐있거나 궁핍한 상태가 아닌지. recalibration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준우의 아픔을 핑계삼아 좀 같이 걷기로 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천천히 리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갖고 자연을 보면서 한 두시간 정도 걸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준우도 회복을 위해서는 운동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살이 계속 찌고 운전만 하다보니 걷는 시간이 없어지고 유튜브와 온갖 영상 매체들에 둘러 쌓여서 눈과 뇌가 쉬지 않는다.
매주 매주 걷다보면 우리만의 리듬이 생겨나지 않을까. 일단 '살기위해' 걷는 취미를 가져보기로 한다. 이왕 하는거 재미있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