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

2020/6/23

 
준우가 OKR을 도입하자고 말한 뒤나의 OKR을 정하는데 고생을 했다. 대표의 OKR은 그 기업의 운명을 정하기 때문이다. 사실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툴이긴 하지만 나에게도 도입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해봤다. 


objective는 우리회사의 스토리텔러.
key result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었다.

컨텐츠
디자인

컨텐츠는 블로그 쓰는 것과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은 새로운 가구 디자인 및 빈티지 가구 커스텀/재 상품화.

잘 정해진 것 같았다. 시작부터 “컨텐츠” 회사로 정했기 때문에 나의 objective가 맞다고 생각한다. key result도 회사의 본질 이면서도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두고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나의 디자인 역량이었다. ‘감각있다’ 라는 정도로 비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편 제조 공장들을 끼고 비슷한 느낌을 내는 수 많은 제작자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모듈소파도 시도해봤고 이번엔 스툴제작도 시도했다. 100%가 완성이라면 40% 정도에서 항상 멈추게된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조금씩 돈이 들어가는데 거기에서 주춤한다. 완성으로 넘어가기 위한 생각의 질이 떨어지고 뭔가 맞지 않는 듯 하다. 디자인은 내 것이 아닌 것일까...

이때 준우가 과감히 나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멈추고, 다시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

이 상황에 대해서 나는 '내가 디자인너 직에서 짤렸다' 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나는 회사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비해 모자란것이다. 

“혹시 주변에 좋은 디자이너가 있나요?” 바로 다음날 그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디자이너가 우리 중에 없다면 외부에서 찾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짤린게 확실해짐 -_-)
그때 곧장 생각난 사람이 있다.

권혁문

10년 전인가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 나의 소울을 찾기 위해 여행하던 시절 만났던 런던에서 공부한 쿨한 형님. 디자인 top 학교로 불리는 RCA를 나온 천재형 인재다. 같이 소울을 찾아봐서 서로의 소울에 대한 이해가 높다. 여러 과정을 지나 디자인관련 유통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잘 자리를 잡아 꾸준히 사업을 하고 있는 한명의 파운더. 하지만 현재 본인의 핵심, 디자인 역량이 빛을 보고 있지 않다.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신지 곧장 물어봤다. ‘사이드로 우리랑 작게 일을 시작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이제 올 세상은 job이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꼬셨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현재 사업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서 정기적인 시간을 할애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즐거워 보이는 눈빛을 보았다. (걸려들었군 ㅎㅎㅎ)

“같이 해보자”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드디어 우리 회사에 디자이너가 온 것인가! 본인은 자신을 “디자인 인턴”이라고 하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나는 이 만남이 엄청난 변환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맨날 하는 이야기지만 기대된다.

(참고로 내 key result는 컨텐츠하나로 축소되었다. 블로그를 더 잘써야하는 부담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