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Tongue
2020/5/18지나가다 메롱하고 있는 그래피티를 많이 만났다. 그렇게 눈 옆으로 흘러지나가기가 몇 번을 반복했다.
“도대체 이 아티스트는 누구야?”
“어 여기도 있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그래피티는 잘 모르지만 항상 관심있게 보는 분야다. 어렸을 때부터 이 장르의 변화를 유심있게 봤었는데 최근 10년간 스트릿 문화가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올라오는 부분이 흥미롭다. 다양한 무드와 스타일이 생겨났고 커리어를 전개하는 과정이 다양해졌다. 나랑 준우는 귀여운 스타일의 그래피티를 좋아한다.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느낌의 글씨를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혓바닥 모양의 그래피티에 눈이 가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none의 우병윤 판화 전시를 준비하러 목공소를 가는 길에 보광동 어느 한 벽에 가득차 있는 혓바닥 그래피티 아트를 만났다. 이전에 보던 태깅 스타일이 아닌 마치 일러스트 같은 정도로 깔끔한 아트워크가 아주 큰 면에 가득차 있는 것을 보고 엄지를 척 했다.
“혹시 미스터텅 아니야?”
역시나 위에 해시테그 #MRTONGUE 이 써있었다.
“준우야 이 사람 찾아보자. 만나보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계정을 찾고 여태까지 했던 작업들을 다 보게 되었다. 뉴욕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영어를 많이 써서 외국인일거라 짐작했다. 준우가 곧장 DM을 날렸는데 (한국말로 날렸다…) 다행이 한국분이셨다. 아니면 한국말을 잘 하시는 외국인일지도. 너무 기분 좋게도 답변이 왔고 금방 미팅 날짜를 잡았다. 미팅 때 썬글라스를 쓰고 한다는 양해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우린 오케이고 오히려 기대폭발되는 포인트)
드디어 미팅 날. 작가님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만남의 기대가 컸다. 일단 정말 인상깊고 재밌는 미팅이었다는 사실 외에는 그 분의 정체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면 안되기 때문에 말 할수 없다. 할말이 많아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공통적인 부분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다른 삶을 사는것 같다. 스트릿 아티스트의 고충과 또 희열을 들을 수 있었다. 클릭이 된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은 꼭 말하고 싶다. 1000 challenge 라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것. 2019년 동안 한국 전국에서 1000개의 그래피티를 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그것을 다 이루었다는 점. 우리는 근면성실 노동집약적 아티스트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 보다는 'respect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겠다. 스트릿의 모양보다는 정신을 볼 수 있어서 한번 더 뜨거워진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된 도전이 있다. 이제는 곧 Art Delight Gallery 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스스로에 대한 포부가 크다.
어떤 기획을 하고 만난 것은 아니지만 미팅 중 대화 가운데 어떤 확신이 드는 단어와 내용이 넘쳐났다. 이제 어떻게 같이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야겠다. 분명 준우가 좋은 방안을 생각해 낼 것 같다. 가구와 그래피티의 만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