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ki

2021/4/29



임스 쉘체어가 요즘 엄청난 유행 중인가보다. 사는 사람도 많고 파는 사람도 많다. 우리도 그 중에 있다.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이제는 별로야'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원래 좋아했으니 유행해도 좋아하는게 맞는거 아닐까? 쉘체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요즘엔 임스 와이어 체어 매력에 빠져있다. 파이버글라스와는 다른 흔하디 흔한 와이어 매쉬로 만든 의자도 쿨하다.

혁문형의 설명으로는 와이어라는 선으로 입체를 형상화한것도 신나는 부분이고 입체면 자체가 뻥뻥 뚫려 있기 때문에 가볍고 시원해 보인다고 한다.내 머리 속에는 그저 '쿨'하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 뒷받침되는 이유를 잘 말씀해주신 것 같다.

여하튼 그래서 사실 꽤 전부터 와이어체어 바잉을 했었는데 한번도 고객에게 제대로 선보여 드린 적이 없다. 이유는 와이어 체어는 엉덩이가 아파서 꼭 쿠션이 있어야 하고 그 쿠션이 비키니 모양이어서 엄청 이쁜데 오리지널 패브릭 및 가죽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판매를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업홀스터리 시도를 해봤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패턴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루 혁문형이랑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 마음을 먹고 달려들었다. 오리지널 비키니 쿠션을 완전 해체해서 패턴을 다시 뜨고 샘플을 만들고 다시 수정하고 샘플을 만들고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 샘플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설비가 재봉틀이었다.

누리형님 스튜디오에 아주 멋있는 아들러 빈티지 재봉틀이 있어서 몇일을 왔다갔다 했다. 샘플만 벌써 4개 째인데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우리도 재봉틀 사자'

그리고 우리도 더 업홀스터리의 전문성을 키우자! 라고 결심했다. 곧장 다음 날 누리형이 소개해준 대우미싱 두번째 따님 집에 가서 중고 JUKI 재봉틀을 구입했다. 오래된 일본 머신이지만 오버홀 정비를 마친 귀한 설비이다. 우리는 설비에 투자 하는 걸 조심하는 편이다. 지속적으로 잘 쓸 수 있는 것이 확실할 때까지 결정을 보류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후회할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샘플을 2배는 더 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 혁문형을 통해 디자인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아주 작은 부분에도 시간을 들여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훠어얼 씬 길다. 서둘르지 말고 그냥 디테일에 더 집중해서 하다보면 이 모든 과정이 우리 안에 쌓이고 그러면 그냥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혁문형과 JUKI가 있기 때문에 뭐든 만들 수 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분. 전 블로그를 열심히 쓸게요.

이 에피소드의 제목을 임스 비키니 체어로 해야할지, JUKI로 해야할지, 혁문형으로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