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2020/12/7

 
갑갑하다. 어딘가 모르게 막혀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가 크게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팀원들도 늘어가고 각자의 role도 명확해지고 탄탄한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딘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커다란 돌이 누르고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준우는 복원도 하고 기획도 하고 회사의 스케쥴을 관리하면서 멀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본인의 퍼포먼스(?) / 상태(?)를 생각하면 계속 맴도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뭔가 다 결정해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간의 루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와 같은 상태.



병윤이도 마찬가지다. 9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과정에서도, 또 나온 결과물에서도 어딘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감정이 느껴진다. “만족해?” 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떨구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생각이 풀리지 않고 얽매이고, 잡히고, 환기되지 않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계속 되어서 한달 동안 만든 “나만의 캔버스”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혁문형님은 노트북을 가득 스케치로 채워가고 있다. 이 방향. 저 방향. 뇌가 허락하는 반경까지. 우리에게 맞으면서 실현가능성이 높은 옵션을 찾고 있다. 하지만 결국 결정이 없이 계속 브레인스토밍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함께하지만 뭔가 어딘가 비어 있는 상황. 알멩이가 공유되지 않고 겉으로 열일하는 느낌이다.


일단 멈춰보자. 다시 생각하자.


팀을 위해서 뭔가 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비전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가고 있다.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다들 현실적으로 훨씬 나은 상황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은 삶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돈’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 결혼, 가정, 꿈. 이런걸 현실로 이뤄내려면 부동산을 배우고, 돈을 배우고, 스마트하게 쫓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생각에 눌리고, 사로잡혀서, 숨이 막힌다. 그래서 길을 잃고 방황하듯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스마트함이 아니라 불안과 계산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런 내게 준우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 돈 너무 생각하지 말아요”
“결국은 그거 어느정도 다 포기하고 여기온거에요”

돈/현실보다 더 강한 무엇을 느끼고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더 강한 것에 집중하고 선택하고 희망을 걸자고. 뭔가 잘 풀리지 않겠냐고. 내 안에 이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눌리지 않을, 길을 잃지 않을 ‘정신적’ 나침반이 있어야한다. 어차피 지금 현실에서의 답은 없다. 대박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그냥 뛰어내려야한다. 나를 믿고 내 팀을 믿고 그냥 우리가 잘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투자하자. 우리의 멘탈이 더 강해져야한다.

진정한 사랑을 하니까 저 블랙홀도 빠져나오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