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윤의 독립

2020/12/18


우병윤 개인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같이 1년동안 동고동락한 우병윤 작가가 여기까지만 같이 하고 서로 독립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것이다. 사실 서로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만 그런건가..?) 장충동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 같이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이 소식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 왔다.

물론 빈티지가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작은 회사가 소속아티스트를 두고 아트 비지니스를 병행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모든 상황이 서로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배려하고 희생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운명이겠거니 하고 앞으로 나가면서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대로 병윤이는 병윤이대로 그저 충실하게 나아간다면 같이 할 수 있다’ 이렇게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이번 전시에 모두 영혼을 불어 넣었던 것 같고, 결과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함께 한 시간이 응축되어서 어떤 형태로 나타난 것 같은 전시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시점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고 특히 작가 우병윤도 스스로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

우리가 아티스트의 삶을 살지 않기에 같이 하면서도 줄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었다. 병윤이가 느끼는 갈증이 있는데 여러가지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거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병윤이는 지금 같이 하면 3-4년은 더 할 수 있겠지만 10년은 더 작가로서 있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자기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더 용기있게 도전하고 작가만의 영역으로 더 깊어져야 하는데 같이 하는 팀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고 했다. 일단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힘들게 고민하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 많이 느껴졌고그만큼 절실하고 본인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도 느껴졌다. 함께해서 더 좋을 때도 있지만 또 거리를 두어서 더 좋아지는 때도 있다. 아마도 그 때가 다가온것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대로 또 병윤이는 병윤이대로 거리가 있지만 이것도 같은 가는 한 형태가 아닐까.

그의 독립을 응원한다. 그리고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가 되길 기도한다. 우리도 또 독립을 하는 것이고 우리도 병윤이 만큼 더 집중하고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1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입장, 우리의 입장. 그냥 다 이해되지만 마음은 어딘가 아프고 허전하다.




@none_seoul 을 보면 1년의 시간이 단편적으로 보인다. 이 계정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또 우리는 계속 아트비지니스를 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딱 여기까지  none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은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다. 병윤이한테 한남동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같이 해줘서 참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장충동에서의 새 출발이 시작 전부터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