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2022/7/20


팀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라는 강력한 울타리 안에서
속시원하게 다 까고 대화하는 것이
파트너쉽이 오래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관계에도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어딘가 불편해지고 약간의 묵힌 감정도 있고
기대치가 다르거나 안맞는 경우 말이다.
'위기' 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고
건강한 텐션을 유지하면서
서로 발전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일을 잠시 쉬었다가 복귀를 하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준우랑 나 사이에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준우가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계속 해나가주기를 바랬고
준우는 내가 다시 복귀를 하면  주된 역할을
다시 맡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우리 브랜딩의 날카로움은
'이준우'의 기준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고
준우는 '홀로' 또는 '1인 체제'의 모습이
터프스튜디오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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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은 정말 피가 튀기는 것 처럼 싸웠던 것 같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처럼 느껴지고
여때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하얗게 지워지는 듯 했다.

그 사이에는 서로 상처가 되는 말도 오가고
주어담고 싶은 실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지 않았다.
다음날 또 다음날, 오해를 풀고 진심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결정된 바는 이렇다.


첫째, 터프스튜디오는 '팀이름' 이다

둘째, 터프스튜디오는 '이준우'의 세계관을 펼쳐 나간다

셋째, '이준우'는 아티스트이자 사업가로 
스튜디오를 이끌어나간다

넷째, '구선우'는 이 스튜디오의 스토리텔러이다

다섯째, '구선우'는 '이준우'의 세계관이 구체화되고
확장되는 것을 돕는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둘다 틀린 것도 아니고 둘다 맞는 것도 아니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배틀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큰 괴리 안에서 배틀을 하다가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이 도출된다.
그것이 정말 같이 일하는 것의
beauty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은 우리 회사의 연혁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터프스튜디오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새롭게 시작되는 genesis다. 
그래서 꼭 블로그로 써서 이 시점을 기억하고 싶다.

remember, remember, rem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