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2018/8/17


날이 많이 더워지고 있다. 창고 마당에 100개 이상의 의자를 펼쳐놓고 닦고, 부시고, 복원하는 일을 했다. 이렇게 더워지는 날에는 살짝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입에서 흥얼흥얼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힘을 내려고 부르는 노동자 sound vibe. 사실 몸 쓰는 일을 할 때는 생각의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된다.

“너는 꿈이 뭐야?”
준우가 막내알바 창규한테 물어본다. 우리의 단골 질문이다.

갑작스럽고 거대한 질문에 거창한 답을 해야할 것 같은데 막상 정리는 안되서 곤란해 했다. 사실 저 질문에 누가 정확히 조리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약간 모호하고 뿌연 장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는 무슨 선택을 했어?”
곧장 질문 넘버 투가 나온다.준우는 좀 잔인한 구석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질문이 더 어렵다. 뜨거운 날에 뇌까지 뜨거워지는 느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나도 생각을 해봤다. 아트를 할 것인지, 비지니스를 할 것인지, 몸을 쓸 것인지, 머리를 쓸 것인지, 가구인지, 의류인지, 음식인지, 커피인지, 기능인지, 기획인지, 무엇을 하며 먹고 살기로 한건지...

“돈 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로 했어요"
창규가 더 깊이 깊이 생각하다가 던진 말이다. 나의 선택이기도 하고, 우리 팀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도 참 아이러니 하다. 돈 보다는' 이라는 말을 썼지만 뒤에 ‘산다'는 말도 있다. 산다는 것은 survive. 이것도 역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최고 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항상 신경써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 안에서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갈린다. 좋아하는 것 안에서 또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또 좋아하는 것. 그렇게 선택을 할 수 없다. 항상 선택은 포기가 따라오고,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 싫은 일을 해야한다.

이렇게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해가 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