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부산
2018/10/30TUFF 웹사이트를 만들 때, 온라인 결재가 되는 버전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그냥 가격만 보이고 전화로 문의를 받을 것인가로 오랜 시간 토론한 기억이 있다. 많이 복잡한 절차와 인증을 거쳐야 했기에 굳이 온라인 결재를 고집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는 빈티지가구 “브랜드”를 하고 싶기에 처음부터 제대로 해보자고 그 고집을 지켰다.
처음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도 온라인 결재는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한 지인 분은 온라인으로 결재되는 평균 금액은 몇 천원이라고 하시며 이런 큰 금액을 온라인으로 받는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셨다.
이 기적같은 일이 2018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분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으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청주.. 전국에서 빈티지의자의 작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아닌가.
의자 한 두개, 소중히 모으시는 이분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전달하고 싶지만 보통 너무 먼 곳에 계시기에 우리는 포장에 엄청 신경써서 화물택배를 보내드리고 있다. 충분히 내장재를 둘러싸고 의자 모양으로 박스를 만들어서 TUFF 테이프로 미이라를 만들어 방수 의자 박스가 탄생한다. 안전하게 도착하길 기도하며 아이들을 태워 보낸다.
거의 대부분 안전하게 도착하지만 아주 가끔 작은 부품들이 손상을 입고는 한다. 대구의 한 분, 부산의 한 분을 직접 찾아가 상품을 교체 해드리는 출장을 떠나야 했다.
로드트립!
여름휴가를 떠날 수 없는 우리들은 이 기회를 삼아 휴가를 가듯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 “론리 나잇! 론리 나아아잇~” 블루투스 마이크를 손에 들고 노래방 앱을 켜고 노을은 지고 우리는 센치해졌다. 대구의 사장님은 젊은 분이셨다. 크루같이 몇몇이 모여 대구의 요식업/카페 scene을 접수해가려는 듯 했다. 정말 술 한잔이라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부산까지 늦지 않게 쏴야하는 지라 나중을 기약하며 인사를 드렸다. 대구의 카페들이 다양하게, 지역성 있게, 서울과는 다르게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호텔룸~, 오션뷰~”우리의 마음은 이미 해운대로 고고. 너무 늦은 밤, 4시간 넘는 운전에 지친 나는 부산에 도착하자 마자 와이프와 함께 골아떨어졌지만 우리 동생 준우의 밤은 언제 끝났는지 알 수 없다...
돼지국밥 아침을 먹고 서둘러 의자를 교체하러 갔다. 부산 오커피 사장님도 젊은 남성 분. 우리 감성이 좀 남성적이라 그런것 같다. '저기에 우리 느낌의 카페가 있다'고 했는데 역시 네비의 종착은 같은 곳이었다. 카페가 전혀 없을 것 같은 곳에 독립 건물로 파란색 로고가 있었던 오커피. 서로 감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부산도 전체적으로 고수의 냄새가 많이 느껴졌다. 카페도 레스토랑도 이제 한국에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우리 의자들이 활약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2018년 부산 광안리에서 바다를 보았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우리 가구들을 온라인 구매해주신 분들을 한번은 찾아 뵈야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잡고 커피 한잔, 술 한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