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2019/5/17



한남동 공간은 나에게 큰 숙제다. 7년전 카페톨릭스를 시작할 때부터 구조보강공사도 어려운 점이 많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관계가 깨어지기도 했고, 다시 재공사를 야심차게 했고 레스토랑에서 카페/베이커리로 변신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해봤다.

카페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리를 잡았지만이 공간의 오리지널 목적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3층 전체를 쉬겠다고 선포하고 2018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여태까지 숨도 안쉬고 달려왔던 나의 사업 라이프처럼 이 공간도 많은 것을 머금고 쉼없이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멈춤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detox 되는 것을 느꼈다. 강박감으로부터의 자유가 생겼다. 관성으로부터의 자유가 생겼다. 처음으로 힘이 좀 빠져서 흐느적거리게 된 것 같다.

그것도 잠시. 멈춰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왔다. 낭비하고 있는 상황. 대체할 “무엇”을 전혀 찾고 있지 못하는 상황.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기회비용은 계속 쌓여만 갔다. 흐느적 거리던 마음도 굳어버렸다.

“뭐라도 해야할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구매장이었다. 1층에 있던 카페설비를 다 처분하고 붙박이소파를 철거했다. 그리고 최대한 면을 살려서 깔끔하게 공간을 정리했다. 남양주의 있는 좋은 가구들을 잘 추려서 한남 공간의 1~2층에 디스플레이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유명한 가구를 전시해도 어딘가 허전하고 전혀 우리를 표현하고 있지 않았다. 참 아쉬웠다.

대부분의 가구는 남양주에 있고 그레서 결국 판매는 남양주에서 일어난다. 복원 작업실 또한 남양주에 있기 때문에 한남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이모저모로 비효율적이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이게 한남공간의 답은 아닐텐데"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오리지널 목적대로” 쓰여야 한다. 나의 사업의 새로운 국면이 여기에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말 그대로 아직 “숨겨져” 있다. 좀 더 힘을 빼고 기다려보자. 그 목적이 스스로 정체를 들어낼 때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의 차선책을 선택하지 말자. 그때까지 그냥 사무실로 쓰기로 했다. Head Quarter. 일도 하고 미팅도 하고 시도도 하고. 그냥 그렇게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