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토 캐비넷을 보내며

2020/5/19

TUFF가 타 빈티지딜러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가 직접 복원하고 배달한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 '총각네 가구가게'라고 자부심있게 말한다. 외부의 복원인력과 직접하는 곳의 근본적인 차이는 가구에 대한 이해다. 가구에 대한 정보, 매력,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복원에서 기술적인 부분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경험적인 부분까지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도, 의자는 이제 눈 감고도 복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수 많은 종류와 수의 의자를 복원해봐서 이제 우리를 놀라게 할 변수는 많지 않다. 물론 우리 이준우는 복원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함께 하는 지호와 선도에게 초심의 마음을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복원만큼은 꼰대처럼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 이준우도 쇼부를 하는 마음으로 긴장하는 복원이 있다. 바로 한개 남은 파스토 캐비넷의 복원이다.
보유하던 모든 파스토캐비넷이 다 팔리고 이제 한개만 남았다. 빈티지가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제품의 상태가 참 다양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변수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캐비넷류이다.

마지막 남은 파스토장은 가장 복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더 투명하게 이 부분을 보셔야 할 것 같아서 고객님이 남양주까지 오셔서 확인하셨다. 우리도 기술에 자신이 있었기에 복원 후 보증할 수 있는 상태를 정확히 말씀드렸다. 우리를 믿어 주시지 않고는 결재하기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결재를 그 자리에서 해주시고 복원시간을 기다려주셨다. 참 감사하다.

복원의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급하게 다가가면 일을 그르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고 꼼꼼하게 놓친것이 없게 진행해야한다. 그리고 한번이 아니라 몇번 다시 작업해야하는 것이 복원의 과정이다. 구조의 복원을 확실히 한 후에 마감면을 다시 정리한다. 마감면은 건조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과정이 반복되야 그 완성도가 높다. 그리고 다시 재점검을 하면서 “끝”이라고 도장찍는 것을 서두르면 안된다.

어려운 복원은 준우가 ‘책임엔지니어’ 처럼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그는 우리의 복원리더다. 건축학도여서 그런건지, 화가이신 어머님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건지 남다르게 복원기술이 빠르게 성장했고 아직도 더 올라가고 있다. 그런 준우가 이번 프로젝트에 혼을 불어 넣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이것만 붙들고 늦은 시간까지 씨름했다. 장의 모든 면을 다시 벗기고 다시 마감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피부가 살아나듯 촉촉하게 나무 면이 살아나고 파스토 장 본연의 매력이 다시 나타났다. 전과 후가 정말 많이 달랐다.

“너도 이제 물이 올랐구나” 그렇게 말하자 
“형, 저 이제는 가구를 몸으로 느껴요”라고 한다.

고객님의 만족한 얼굴이 우리에게 가장 큰 보상이다. 이 업이 좋고 보람되고 의미있다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느껴진다. 이제 파스토 장이 한동안 그리울 것 같아서 설명충처럼 써봤다. 우리를 어필하려고 한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