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holstery_카스텔리 106 체어 x 마하람

2022/4/11




우리나라 리빙시장의 성장이 심상치 않다. 니치 중의 니치였던 빈티지가구 시장에도 바람이 불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빈티지가구를 쓰는 문화가 소개 되었고 수요가 많이 늘었다. 수요의 증가와 함께 정말 많은 빈티지가구 샵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수요보다 더?) 역시 패스트 팔로워의 나라다. 시장의 크기가 어느정도를 넘어서면 급격히 성장하고 진화하는 것 같다. 가구의 다양성이 생겨나고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아주 빠르다.

나름 OG인 우리는 꼰대처럼 유행으로 번진 이 불을 손가락질하면서 변질된 문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실 이 불이 오기를 기대하지 않았나? 대중화된다는 것은 그 시장의 모습이 변할 것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시장에서 자리잡아야 하는가.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옳다.

지속가능한 빈티지가구 문화가 자리를 잡으려면 생태계가 형성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디자인 가구들이 수입되고 국내에 유통되는 것으로 끝난다면 문화라고 할 수 없다. 그냥 부셔지고 유행이 지난 후 버려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빈티지의 소비인가? 유통된 가구들의 건강한 중고거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하고 그러려면 가구의 수명이 더 길어져야한다. 가구를 관리하고, 수리하고, 복원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이다. 진짜 문화는 감각과 비주얼에서 멈추지 않고 기능과 생태계 형성이 더해져야 가능하다.

국내 가구 수리 기술은 사실 굉장히 뛰어나다. 손재주는 그 어느 곳과 견주어도 최고라고 할 만한 나라다. 70-80년대의 산업화 기간동안 기술을 갈고 닦은 분들이 수입가구 수리 및 복원 일을 하기 시작하셨고 소파천갈이는 주택단지 내 용달차나 동네상가에서 잘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분야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큰 혁신 없이 유지된 올드한 산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쭉 이어온 곳.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남았다. 1세대 기술자들이 은퇴연령에 다가가시고 그 다음 세대로의 교체가 절실한 시기이지만 이 기술을 배우고 이어갈 젊은 세대에게는 ‘쿨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이 되버렸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브랜딩이 있는 복원/천갈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Tuff가 하는 복원은 무엇일까?

1. 케바케(= 불확실성) 말고 이것 (=명확성)

복원 프로젝트는 정말 케이스바이케이스 이다. 가구의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테이블/의자/소파/장/조명) 그 가구의 소재도 다양하다 (나무/철제/플라스틱 등등) 손상의 정도와 상태도 다양하다.

‘다 고쳐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브랜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정도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고객과 약속을 하고 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도 그렇고 견적도 그렇고 너무나 언노운이 많다. 그래서 여태까지 이 산업이 체계화에 실패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약속할 수 있는 케이스를 만들려면 범위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 의자만, 그 안에서도 한 종류만, 재료도 선택이 좁아야 한다. 우리 안에서 케이스들이 쌓이고 그러다보면 같은 케이스들이 모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에 우리 기준을 명확히 세워서 복원솔루션/상품이 나올 수 있다.

2. originality 보다는 tuff build

복원에는 크게 두가지의 길이 있다. 원래 이 가구가 만들어진 디자인에 ‘최대한 비슷하게, 가능하다면 똑같이’ 복원하는 방향이 있고 또 하나는 과거의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고 복원하는 주체가 생각하는 다른 개성을 주는 방향이 있다. 이것 또한 선택해야하는 철학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라기 보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방향을 추구할 것인가다.

우리 팀은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달고 계속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추구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색깔을 찾으려고 시도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쿨’함을 제시해왔다. 우리의 가구 셀렉으로 표현했지만 더 마음을 많이 쓴 분야가 바로 커스텀 빌드를 하는 일이다. 이걸 이렇게 하면 더 멋질 것 같은데? 이렇게 바꾸면 좀 더 우리 스타일이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복원은 아마도 확실히 tuff build가 될 것이다. 빈티지 가구 문화에서 우리가 기여할 바는 동시대의 쿨함을 담는 부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된다.

우리는 여태까지 ‘we do chair’라는 모토를 가지고 달려왔다. 의자를 중심으로 스토어를 운영해왔고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쌓인 복원케이스는 거의 의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었던 의자 중 하나가 카스텔리 106 체어다. 튼튼하고 의자면이 넓어 편하고 스택킹이 되면서 디자인이 세련된 점이 인기의 이유다. 이 의자를 고치면서 많은 변수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 어떤 상황에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수준이 되었다. 경험 = 자신감. 그래서 최초로 카스텔리 체어 업홀스터리 서비스를 상품화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카스텔리체어는 나무소재의 의자가 많이 알려졌지만 그 못지 않게 패브릭 의자도 많다. 오염 및 여러가지 문제로 외면받는 녀석들을 다시 살려야 했다. 업홀스터리를 하려면 패턴을 잘 만들어야 한다. 잘 뜯어서 배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패브릭이 수축되고 변형이 되서 매우 까다롭다. 정말 작은 디테일이 완성도를 좌지우지하기에 패턴 수정을 한두번 한 게 아니다. 코너 부분과 연결되는 지점을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 우리가 원하는 퀄리티가 나온다.

패브릭 선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격 때문에 국내 패브릭을 많이 시도해봤지만 어딘가 한끗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산을 많이 올려서 크바드랏 같은 해외 텍스타일 회사 제품도 받아서 써보기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당연히 더 좋은 퀄리티는 나와야하고 또 나왔지만 그 감성과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미감이 있어서 우리와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뉴욕의 마하람을 발견했다.

어딘가 세련된 촉감
어딘가 쿨한 색감
설명할 수 없는 한끗

이것이 우리가 마하람을 선정한 이유다.

마하람은 러시아에서 뉴욕으로 온 이민자 루이스 마하람이 1902년에 창립한 회사이다. 그후로 4대를 이어오며 발전을 해왔다. 1940년대에는 무대 디자인과 의상 텍스타일 회사였는데 60년대에는 기능/성능 중심의 상업용 인테리어 직물회사로 발전했다. 미드센츄리모던 시대의 미국 리빙시장과 함께 성장했고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재료에 끊임없는 투자와 시도로 글로벌한 기업이 되었다. 함께 파트너로 일해오던 허먼밀러가 더 큰 도약을 위해 2013년에 인수하게 된다.

콜로만 모제 Koloman Moser
아니 알베르스Anni Albers
알렉산더 지라드 Alexander Girard
임스 부부 Charles and Ray Eames
지오 폰티 Gio Ponti
조지넬슨 George Nelson

미드 센트리 전부터 쭉 아티스트, 디자이너, 건축가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협업을 했고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
헬라 용에리위스 Hella Jongerius,
폴스미스 Paul Smith 등

그 다음 세대 디자이너/아티스트들과 깊고 오랜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방식을 이어갔으며

나이키와 비트라 등과 협업을 이어가며
동시대의 움직임을 함께 맞추어가고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정립하고 있는 멋진 직물 브랜드이다.

카스텔리 106 체어 x 마하람

우리가 생각하는 최상의 조합이다. 이렇게 업홀스터리를 한 제품들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솔드아웃 되었다. 혹시 가지고 계속 카스텔리 의자가 지루하게 느껴지고 너무 더럽다면 새롭게 의자를 바꿔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상콤하게.

처음으로 우리가 바잉한 제품이 아닌 것을 업홀스터리 하게 되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꼭 도전해 보고 싶었고 꼭 부딫여야만 하는 관문이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선을 잘 결정한것 같고 천천히 과정을 쌓아갈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업홀스터리 상품이 하나 하나 업데이트 될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게 우리이기 때문에 천천히 확실하게 할 것이다. 지켜봐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