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hari Desert Country Club
2021/9/10수박형과 드디어 같이 할 일이 생겼다.
작게 같이 시작하면 차곡차곡 재밌게 쌓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수박과 터프가 같이 오렌지카라멜을 만들기로 했다. 수박 x 터프 같은 '구시대' 적인 콜라보 말고 수박의 일부를 넣고 터프의 일부를 넣어서 새로운 썸띵을 만드는 콜라보. 그래서 수박도 아니고 터프도 아닌 유닛 그룹의 탄생. 그것의 표현이 오렌지카라멜이다. (이런 레퍼런스를 드는 것도 우리의 나이를 가늠케 하지만 그당시 신선함의 쇼크는 와우하다)
우리 유닛의 이름은 Kalahari Desert Country Club 이다.
줄여서 K.D.C.C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준우는 내가 골프 좋아하는 걸 세상에 알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언더독의 모습으로 여태까지 달려왔는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럭셔리/스노비의 상징인 골프를 내세우는 것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내가 폭발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럭셔리라는 한개의 모습만 입고 있는 듯 하다. 스포츠로서 세계에서는 여러 모습으로 가격대도 천차만별로 즐길 수 있는데 기득권만 누릴 수 있는 특권같이 포지셔닝 되어서 몇 십년을 유지했으니... 참 아쉽다. '다른' 골프도 있고 그런 것을 대변하는 브랜드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을 수박형에게 처음 옷살 때부터 말했던 것 같다. 수박에서 그런 골프의류를 만들어 주시면 안되는지.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어느날 수박형이 가상의 골프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했다. 우리의 세계관을 담은 골프장을 만들고 회원도 모집하자고. 이게 탁탁 클릭이 되면서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이 골프장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수박형이 수박의 최초 원산지가 아프리카의 칼라하리 데저트라는 정보를 주셨다. 이거다. 칼라하리 데저트 컨추리 클럽 이라고 하자고 했다. 일단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있다. 멋이 있으면서 없는 느낌.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볼캡이다. 로고를 만들고 엠블럼을 만들어 봤다. 아프리카와 클래식한 골프 코스들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재밌는 작업이었다. 몇가지 안을 만들어서 이야기하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터프 일이 많아서 빠르게 진행하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끝은 났다. 수박형은 정말 안멋있는 멋을 좋아하는 분이다. 너무 정갈하고 디자인틱한것 보다 어딘가 어눌하게 하지만 매력있게. "슴슴"한 평양냉면 멋을 추구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어렵다가도 디렉션을 받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난 모자를 워낙 좋아해서 많은 모자를 써봤지만 수박형이 기막힌 핏을 찾아주셨다. 깊이도 챙길이도 모자가 잘 안어울리는 사람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미묘한 차이를 찾았다. 역시 프로구만 하고 생각했다.
비록 모자 하나지만 우리의 같이 함은 계속된다. (잘팔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