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2026/5/15

play 2026/5/15

형은 흙탕물을 다 가라앉혀 놓고 쿨하게 팀을 나갔다.
마지막 포스팅에 ‘PAUSE’ 라는 단어 하나 남겨두고
바통을 넘기면서.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나는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형이 쌓아온 기록들을 내가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몰랐다.
형이 나간 빈자리에서 혼자 블로그 창을 띄워놓고
참 오래도 망설였다.

돌이켜보면 나의 시작은 늘 그리 근사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한다.
결핍을 채우려 발버둥 쳤던 그 투박한 시간들과
손에 박힌 굳은살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고민만 하기엔 일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그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내 인생의 가장 강력한 ‘방해꾼’이자
‘동력’인 아이를 만났다.
팀원들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 새롭게 정돈됐다.

형이 찍고 간 ‘PAUSE’가
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PLAY’ 버튼이 되어버린 셈이다.

마음의 결이 오히려 전보다 선명해졌다.
진짜 단단함은 잔뜩 힘을 주고 버티는 게 아니라,
어떤 소란 속에서도 그냥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임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거칠고 묵직한 본질에 마음이 간다.
(글 좀 못 쓰면 어떤가.)

stay tuff.

단순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겠다는,
꽤 기분 좋은 고집이다.

형이 쉼표를 찍고 간 그 지점에서 플레이 버튼을 다시 눌러본다.